예술의 전당에 가서 KBS 정기 연주회를 보고 왔습니다.
올해 세번째인데 처음으로 지각. 뭐 회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시간에 맞출 수 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늦어서 좀 억울했네요.
맨날 저녁도 못먹고 배고프게 달려가서 보다보니 늦은 김에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먹다가 아가씨한테 온 문자를 늦게 봤는데 인터미션 전에 잠깐 열어줄 때 들어오라고...
음...시간을 못맞춰서 결국 안에 들어가서 들은건 손열음님 앵콜곡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초연곡 레인보우 바디는 아가씨 얘기로는 신비롭고 음향이 특이해서 아주 좋았다고 하는데
찌고이네르바이젠 이후로 딱히 괜찮은 클래식 음악을 들은 기억이 없어서 좀 반신반의.
(물론 견식이 짧아서 그런 면이 더 크겠죠. 다만 그렇게 봐도 저 같은 일반인에게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곡은 없었다는 것?)
차후로 꼭 기회가 되면 들어보던가 mp3이라도 구해보긴 해야겠습니다. 아주 좋았다고 하니까.
일반인 하니 생각나는데 오늘 생상과 베를리오즈를 들으러 간다고 점심시간에 그랬더니
생상 베를리오즈가 뭐여? 하고 한분도 주변에 아는 분이 안계시더군요. 동물의 사육제라고 해도 모르고...
모짜르트 슈베르트는 당연히 아니까 교과서에 나올 정도인 생상도 대체로 알지 않을까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하다가 "죽음의 무도!" 하니까 그제서야 "아~~~" 하시더라구요.
아마 음악가의 인지도 순으로 줄을 세우면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가 압도적 탑으로 본좌(?)일테고
바흐 차이코프스키 하이든 헨델 쇼팽이 준본좌급 정도 되겠네요.
그 뒤를 브람스 드보르작 멘델스존 생상 슈트라우스 정도가...인지도라는건 참 미묘한 듯.
저는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식견에서는 그냥 일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인이라고 해도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 일반인과 관심없는 일반인은 차이가 있더군요. 구별할 용어가 마땅찮을 뿐.
'클래식 애호가' 라고 하면 저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여튼 무려 생음악(?)으로는 처음 들어본 베를리오즈 입니다만, 팜플렛의 설명이 참 어울리더군요.
나중에 나오면서 아가씨하고 얘기하면서 똑같은걸 생각했다는걸 알았습니다. '디즈니!'
팜플렛에 '이것은 베를리오즈의 관현악'극' 이며 각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림처럼 펼쳐지게 만든다'고 되어있는데
사실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런 것은 매우 익숙하죠. 영상과 음악의 하모니...
그러나 영상이 없던 시대에 베를리오즈는 자기 머릿 속의 영상 만으로 이런 음악을 작곡해낸거죠.
과연 초연에서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지휘하고 연습을 시켰을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디즈니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주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분'이나 백조의 호수, 인어공주와 비슷한
좀 만화적인 영상 위주로 상상이 되었지만 뭔가 미친 듯도 하고 환상적이고 황홀하기도 하다가
급격히 곤두박질치고 또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하는 음표의 잔물결과 소용돌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 3악장에선 둘 다 잠깐 졸았네요 -ㅅ-;
클래식 연주회는 마음이 풍족해지고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아요.